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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바람 속 코펜하겐 여행, 안데르센의 도시에서 행복을 생각하다

    비바람 속 코펜하겐 여행, 안데르센의 도시에서 행복을 생각하다

    북유럽 크루즈의 세 번째 기항지는
    덴마크 코펜하겐이었다.

    안데르센의 나라.
    동화의 나라.
    레고와 휘게의 나라.

    이름만 들어도 포근한 도시를 상상했는데,
    도착하던 날 코펜하겐에는
    거센 비바람이 불고 있었다.

    비바람을 뚫고 걸은 로센보르성

    우산이 뒤집힐 듯한 바람을 뚫고
    가장 먼저 로센보르성으로 향했다.

    왕의 정원 안에 자리한 로센보르성은
    화려하게 위압적인 궁전이라기보다
    동화책 속에 등장할 것처럼
    아기자기하고 우아한 모습이었다.

    성 주변을 한 바퀴 걷는 동안
    비는 계속 내렸고
    7월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추웠다.

    그래도 멀리 덴마크까지 와서
    비바람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었다.

    우리는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다음 장소인 뉘하운으로 이동했다.

    로센보르크 성의 왕의 궁전

    뉘하운 운하에서 즐긴 보트 투어

    코펜하겐을 대표하는 풍경 중 하나가
    알록달록한 건물이 늘어선 뉘하운 운하다.

    화창한 날이었다면
    건물 색이 더욱 선명했겠지만,
    비 오는 날의 뉘하운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우리는 보트를 타고
    약 한 시간 동안 운하를 둘러보았다.

    물 위에서 바라보는 코펜하겐은
    걸어서 보는 도시와 또 달랐다.

    낮은 건물과 오래된 항구,
    다리와 운하가 차분하게 이어졌다.

    비바람을 맞으며 다니던 우리도
    배 안에 들어오니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츄러스와 커피 한 잔도 만만치 않은 코펜하겐 물가

    보트 투어를 마친 뒤에는
    츄러스 맛집이라는 곳을 찾아갔다.

    따뜻한 츄러스 한 개와
    아메리카노를 주문해
    차갑게 식은 몸을 녹였다.

    이날 환율은
    1덴마크 크로네당 약 234원.

    맛있게 먹으면서도
    머릿속으로 환율을 계산하는 순간,

    ‘역시 북유럽 물가구나.’

    감탄인지 탄식인지 모를 말이
    저절로 나왔다.

    덴마크 국기와 알록달록한 거리, 흐린 날씨마저 동화처럼 보였던 코펜하겐.

    7월인데 거리에 난로가 켜져 있었다

    커피를 마신 뒤
    코펜하겐 시내 중심가로 이동했다.

    그런데 카페와 거리 곳곳에
    야외 난로가 켜져 있었다.

    7월인데 난로라니.

    우리는 여름옷을 입고
    난로 가까이 다가가 손을 녹였다.

    이것이 바로
    따뜻하고 편안한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덴마크의 ‘휘게’인가 싶었다.

    물론 그날의 우리에게 휘게는
    멋진 인테리어나 촛불이 아니라,

    난로 옆 가장 따뜻한 자리였다.ㅋㅋㅋ

    물가는 비싸도 쇼핑은 멈추지 않았다

    덴마크는 물가가 비쌌다.

    커피 한 잔, 간식 하나를 살 때마다
    환율 계산기를 켜야 할 정도였다.

    그런데도 일행들은
    레고와 북유럽 디자인 소품,
    옷과 기념품을 폭풍 쇼핑했다.

    비싸다고 탄식하면서도
    마음에 드는 물건 앞에서는
    가격 계산이 잠시 멈추는 것이 여행이다.

    “여기까지 언제 또 오겠어.”

    이 한마디면
    모든 쇼핑에 충분한 이유가 생겼다.

    ‘편한하고 기분좋은’ 휘게의 나라, 아이 러브 코펜하겐

    티볼리공원을 바라보던 안데르센

    쇼핑을 마치고 광장으로 나오니
    의자에 앉아 있는 안데르센 동상이 보였다.

    그의 시선은 길 건너편
    티볼리공원을 향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쓴 동화 속 세상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코펜하겐 곳곳에서 만나는
    안데르센의 흔적 때문이었을까.

    비바람을 맞으며 걷고,
    운하 위를 떠다니고,
    알록달록한 건물 사이를 지나는 동안
    현실이 아닌 공간을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하긴 맞다.

    나의 현실은 대한민국이고,
    지금 나는 다른 시간대의 덴마크에 서 있었다.

    그 순간 문득
    누군가의 말이 생각났다.

    티볼리공원을 바라보듯 앉아 있는 안데르센 동상, 동화의 나라 코펜하겐을 실감하게 한 순간.

    여기서 행복할 것

    여행이란
    행복해질 장소를 찾아가는 일이 아니라,

    지금 서 있는 곳에서
    행복한 순간을 발견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날씨가 좋지 않아도,
    물가가 너무 비싸도,
    몸이 춥고 지쳐도,

    나는 지금
    안데르센의 도시를 걷고 있었다.

    그래서 여행 중에는
    자꾸 미루지 않기로 했다.

    다음 장소에서 행복해야지.
    날씨가 좋아지면 즐겨야지.
    조금 덜 피곤하면 웃어야지.

    그렇게 미루지 말고,

    여기서 행복할 것.

    비바람이 불던 코펜하겐에서
    내가 발견한 여행의 문장이었다.